발령나고 첫 출근한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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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광교노 작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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발령나고 첫 출근한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.
낯선 복도, 말없이 키보드 두드리던 선배들,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았던 책상. 자리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다가,
선배 한 분이 조용히 제 책상 위에 작은 책자 하나를 놓고 가셨어요
"너를 위한 충전기" 라고 쓰여 있었죠. '또 무슨 업무지침인가 보다' 싶어 무심히 펼쳤는데,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마음이 풀어졌습니다.
누구보다 바빴을 선배들이, 그 귀한 시간을 쪼개어 후배를 위해 쓴 이야기들이었습니다.
그 안에는 '세출은 이렇게 진행해', '물품은 의외로 간단해', 같은 실용적인 팁도 있었지만, 더 많은 건 위로와 공감이었습니다.
그 글들을 읽으며, 저는 처음으로 이 조직 안에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.
그리고,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그 외로움을 겪었고, 지금을 그것을 딛고 웃고 있다는 것도요.
지금 저는 3년차가 되었고, 저 역시 후배 책상 위에 "충전기"를 조용히 올려 둡니다.
아무 말 없이, 그저 웃으며. 그렇게 "충전기"는 믿음의 도구가 되었습니다.
이 책은 단지 매뉴얼이 아닙니다. 선배들이 후배에게 건네는 마음이고, 우리가 서로를 지켜내는 방식이고, 따뜻한 언어로 이어지는 세대 간 연결고리입니다.
"충전기"가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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